- 12일~16일
입사하고 첫 출근날, 출근 시간 10분 전에 미리 도착하였다.(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출퇴근길의 혼잡도 파악)
도착하자마자 차장님이 자리를 안내해주셨고 자리에는 이미 윈도우 PC와 키보드, 마우스가 세팅되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주어진 환경에 맞게 개발하시는 모습을 보고 장비 관련해서 요청드리기 힘들었다. 키보드와 마우스가 다이소에서 급하게 장만한 느낌이다. 특히 Home과 End의 위치가 텐키리스 키보드에 비해 너무 멀리있어서 답답했다. 타격감도 좋진 않다. Shift키는 딱딱하고 뻑뻑해서 영문 대문자, 소문자 전환에서 많이 시간을 잡아먹는다. 집에서 사용하는 체리 키보드랑 배열이 너무 달라 익숙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차장님이 신입은 당분간 업무 안해도 된다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하루동안 개발 세팅을 완료하였으며 깃 레포지토리를 염탐하며 현재 개발 상황을 살폈다. 근데 모니터 위치가 좀 낮아서 책상을 자세히 보니 A4 용지들로 모니터 높이를 받치고 있었다. 목이 좀 뻐근한 느낌이다.
당분간 업무 안해도 된다는 차장님의 말씀과는 달리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사실 가만히 있기에는 눈치도 보이고 같은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투입을 권유하셨기 때문에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프로젝트의 스케일을 보면 상당히 규모있는 플랫폼 개발인데 그에 반해 개발 상황은 쉽지 않은 상황이였다. 매일마다 어디까지 개발되었는지, 무엇을 하는지 업무를 보고해야 하며 Jira 소프트웨어는 결제된 상태임에 비해 사용을 하지 않고 있고 Excel로 전반적인 업무를 보고 있다. Jira는 정말 컨플루언스정도만 사용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시스템에 큰 의문을 가졌지만 추측상 개념 탑재한 개발자(비효율을 극도로 싫어하는)라면 한번 정도는 의구심을 가진 개발자가 분명 있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이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은 내가 여기서 의문을 표해봤자 의견 대립만 할 것이 분명했기에 어딘가 사정이 있음을 직감했다.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상태가 좋지 않다. 분명 웹 개발인데 가로 크기 600px로 고정해놓고 개발되고 있었다. 이 크기는 모바일용 웹도 아니고 데스크탑용 웹도 아닌 정말 이도저도 아닌 크기이다. 특히나 이 상태로 개발이 어느정도 진행되었기에 사이즈를 변경하는 순간 모든 코드들을 리팩토링해야 하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해버린다. 의도된 사양이라기엔 보고 있는 나도 이 웹사이트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옆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에게 의문을 표했다.
애초에 웹용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다고 들었다. 피그마에 모바일용 디자인만 나온 상태라서 웹사이트도 모바일을 따라가야 했다. 600px 고정은 그런 이유 때문에 진행됐다고 들었다. 근데 왜 하필 애매모호한 600px인지 의문이 들었다. 피그마 자체도 360px 기준이였는데 왜 웹사이트만 600px 고정일까? 그 이유는 높으신 분들이 600px로 보는 게 좋아서였다.
그보다도 신경쓰이는 건 코드의 질이였다. 내가 오기 전에 이미 많은 개발자가 이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갔었는지 알 수 없는 컨벤션과 이해하기 힘든 코드들, 작동하지 않는 버그 등 많은 문제들이 잔재해서 어디서부터 만질지 감도 안온다. 되려 그 개발자분들이 만들어놓은 컴포넌트를 수정하는데에 더 큰 비용을 소비해야 하는 수준이였다. 그들을 욕하고 싶진 않다. 다 사정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입사 후 일주일간 많은 의문이 들었고 내가 다니기에는 너무 강인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다. 잠시나마 다른 곳을 알아볼지 고민을 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멋진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정말 딱 그 이유, 딱 그거 하나로 더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같이 일하게 된 프론트엔드 개발자분께서도 이런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숨통이 트인다.
- 17일~18일
고단한 일주일간 회사 생활을 끝내고 화제 전환겸 소중한 친구와 함께 카텔란 전시회와 용산에 위치한 아이파크몰과 어린이정원에 다녀왔다. 근데 친구와 사소한 의견 대립이 있어서 사이가 안좋아졌다. 화해는 했지만 카텔란 전시회와 어린이정원에서는 서로 모른 체 다녀와서 재밌게 즐기지는 못했다.
- 19일~23일
프로젝트는 CRA로 만들어진 프로젝트였는데 Webpack을 사용하고 있어서 상당히 속도가 느렸다. 느린 걸 정말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빠르게 Vite로 이주해버렸다. 이주하는데 큰 이슈는 없었지만 자잘한 문제를 수정하느라 이틀을 소비했던 것 같다.
분명 프로젝트에는 ESLint 설정 파일이 있는데 작동을 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패키지 미설치 문제로 여태 작동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빠르게 패키지를 재설치하고 브랜치에 업로드함으로서 해결하였다.
여태 이 프로젝트가 협업을 많이 하지 않았던 건지 환경 세팅이 미비되어 서로 커밋할 때마다 Import 구문의 위치가 달라서 계속 변경된 파일로 기록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Vscode 세팅을 통해 일치하도록 변경하였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가장 문제는 컨벤션이다. 어떤 컴포넌트는 대문자인데 어떤 컴포넌트는 소문자이고 어떤 아이콘은 끝에 Icon을 붙였는가 하면 어떤 아이콘은 이름만 있는 그런 상황이였다. 현재 리팩토링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일단은 되는 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React 기반이라 재사용 컴포넌트가 좀 있었다. 이럴 때 Storybook이 있다면 어떤 컴포넌트인지 쉽고 빠르게 구분하여 재사용할 수 있을 텐데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재사용 컴포넌트를 숙지하지 못해서 다 만들어놓고서는 이미 만들어진 컴포넌트가 있다는 동료 개발자분의 말에 당황하기도 하는 등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되었다. 확실한 건 체계적으로 잡아두지 않으면 신입 개발자가 왔을 때 바로 업무 투입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다보면 배운다는 말이 있는데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배우는 과정에서 컨벤션 실수라던지 등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영리 목적인 회사에서 사람을 고용한 게 +가 아닌 -라면 문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CI를 도입하여 작업물을 검증하는 단계를 추가하였다. 이왕이면 귀찮은 CD까지 해버리고 싶은데 AWS EC2 기반으로 서비스 중에 있었고 AWS 권한을 가지고 오기에는 아직 신임이 부족할 것 같아 말씀드리진 않았다.
600px 고정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지만 의견 반영에 실패하였다. 회사 입장을 들어보니 디자인이 모바일 기준이라서 현재 웹디자이너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웹에서는 디자인이 급변할 수 있고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은 이렇게 만들라는 입장이였다. 그래도 이왕 만들거면 360px으로 잡고 차차 반응형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란 생각이 안들 수가 없었다. 어쨌든 지금 프로젝트가 잘 진행이 되든, 파괴가 되든, 디자인이 급변 하든 간에 거친 난관이 최소 하나정도는 무조건 있는 셈인데 걱정이다. 사실 일개 노동자가 생각을 하고 되려 걱정을 한다는 게 남들이 보기에 참 우습겠지만 난 돈 주니까 다닌다는 마인드는 아니다. 회사가 가는 여정에 나도 함께 하면 참 의미있고 보람찬 일이 아닐까.
- 24일~25일
내가 다니는 봉사단체에서 큰 행사가 있어서 참석했다. 회식 자리까지 참석해서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은 것 같다. 봉사단체에서 친해진 친구들과도 오랜만에 재회해서 좋았다. 그리고 소중한 친구와 만나 방탈출도 하고 오락실도 가보고 재밌게 놀았다. 친구는 내일 바로 첫 출근인데 내가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밤 늦게 보내서 조금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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